VR·유튜브 관람…코로나19에 미술전시도 ‘언택트’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술계에도 ‘언택트'(비대면) 전시 관람이 늘고 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들은 관람객들이 VR(가상현실) 등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도록 하고, 미술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종로구 삼청동 바라캇 컨템포러리는 지난 12일 독일 여성작가 듀오 펠레스 엠파이어의 ‘여기에도, 나는 있다’ 전을 개막했다.

관람객들이 단독으로 전시를 볼 수 있는 사전예약제를 운영 중이지만, 전시장을 찾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VR 전시도 제작했다.

카타리나 스퇴버, 바바라 볼프로 구성된 펠레스 엠파이어는 다른 것들의 섞임에서 오는 긴장감을 작업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아시아 첫 전시인 이번에도 문화적 혼종을 시도한 조각, 도자기, 설치 등 독특한 작품 27점을 선보인다.

고려청자 등 한국 도자기에서 영감을 받은 시리즈에서 두사람은 17세기 소설이자 오페라로 제작된 ‘라스트레’에 나오는 셀라돈 이야기를 파고든다. 등장인물 셀라돈의 연한 녹색 의상에서 유래돼 서양에서는 청자를 ‘셀라돈’이라 부른다.

작가들은 고려청자가 재현하려 한 옥색이 이상향에 대한 갈망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아르카디아 신화와도 접목한다.

전시장 바닥과 자신들의 작품 이미지를 합성해 벽지로 바른 설치 작품도 있다. 건축을 활용하는 작가들은 모든 작품을 전시 공간에 맞춰 제작하고 배치한다. VR 전시는 작가들이 공간 속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느끼는 데 도움이 된다.

은평구 진관동 사비나미술관은 ‘VR 전시감상 투어’를 선보였다.

사비나미술관은 휴관 없이 기획전 ‘뜻밖의 발견, 세렌디피티’ 등을 열고 있지만, ‘예술가의 명상법’ 등 29개 지난 전시를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미술관 동선을 따라가듯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고, 전시장에 구현된 영상작품과 작가 인터뷰, 큐레이터의 음성 해설, 디지털 전시 도록 등도 준비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과 서울시립미술관(SeMA) 등 휴관 중인 국공립 미술관들도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채널 MMCA TV 구독자는 현재 약 1만4백명으로 최근 1개월 만에 1천명이 늘었다.

학예사가 전시장을 둘러보며 직접 작품을 설명하는 학예사 전시투어 영상이 인기다. 16일 기준 조회 수는 ‘세상에 눈뜨다’ 5만3천회, ‘불온한 데이터’ 3만5천회, ‘덕수궁-서울 야외프로젝트 : 기억된 미래’ 2만3천회 등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하반기 과천관에서 열 예정인 ‘한국 공예 지평의 재구성 5070’ 전시회 등은 VR 영상으로도 제작할 예정이다.

서울시립미술관도 온라인을 서비스를 확대했다. 먼저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대폭 늘리고, 미술관 소장품을 소개하거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생중계 기능도 활용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취소된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 아트바젤 홍콩은 디지털 플랫폼 ‘온라인 뷰잉룸’을 대안으로 마련했다.

아트바젤 홍콩에 참여할 예정이던 갤러리들이 온라인으로 작품을 선보이고 컬렉터와 교류할 수 있도록 한 온라인 작품 판매 플랫폼이다. 학고재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등 국내 갤러리들도 이를 통해 출품작을 소개한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상하이 전시장에서 지난달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한 조각 그룹전 온라인 전시도 진행 중이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관람객이 밀집하고 근거리 대화가 요구될 수밖에 없는 업계 특징적 제약에 멈추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즐기는 플랫폼 구축을 꾸준히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펠레스 엠파이어 ‘여기에도, 나는 있다’ 전시 설치 전경 [바라캇 컨템포러리 제공]

– 강종훈 기자 –

출처 : https://www.yna.co.kr/view/AKR20200316167800005?input=1195m